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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일경제 - 한의사 좋은시절 다갔나?? <- 언론은 아직도 좋은 시절이쿠나. 좋겠다 매경..

우리들한의원 2007. 9. 2. 23:33
한의사들 좋은시절 다 갔나 
수입 30% `뚝`…작년 강남구만 74곳 폐업

올해로 한의원 개원 18년째를 맞은 P씨. 그럴듯한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지만 요즘 죽을 맛이다.

"하루 평균 수입이 60만원쯤 됩니다. 한 달에 25일 일하는 셈 치고 계산해 보면 월수입이 1500만원 남짓 됩니다. 임차료와 간호사 월급(2명), 약재ㆍ침 재료값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골프도 5년 전에 끊었습니다."

P원장이 강북에 위치한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는 환자는 하루 평균 25명. 이들 중 1~2명이 한약을 지어가고 나머지는 침만 맞는다. 침 맞는 값이 1만5000원(환자 부담은 4500원)이라면 하루 37만원, 한약값 25만원 등 60만원 남짓이 하루 매출이다. 부유층이 비교적 많은 강남이 아닌 강북에서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중소도시에서 개원한 젊은 한의사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30대 한의사 A씨가 전주에 있는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경영난에 시달려온 A씨는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사실이 보건복지부에 적발돼 1년가량 한의사 자격이 정지될 위기에 놓이자 가족과 연락을 끊고 모텔에서 장기투숙해 오다 자살을 택한 것이다.

2005년 5월 초에는 대전 서구 둔산동 N한의원 진료실에서 원장 L씨(36)가 목을 매 자살했다. `빚을 내 시작한 한의원 운영이 어려웠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2004년 11월에도 수원시 영통구 M한의원에서 K원장(35)이 개원 비용으로 진 빚 6억원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수범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우리한의원 원장)은 "예전에 영업이 잘 되던 한의원들은 수익이 30~40% 감소했고 최근 개원하는 한의원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폐업을 하려는 한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40대 후반 한의사 K씨는 "1990년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 월급이 100만원이던 시절에는 500만원을 집에 가져갈 수 있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은 친구들 연봉(8000만원)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K씨는 한의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치르는 인사치레, 경조사비, 기부금 등을 고려하면 일반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진료가 끝나는 오후 7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에도 늘 출근한다. 수입도 줄고 삶에 여유까지 사라졌다는 얘기다. "자식들에게는 한의사를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결정은 자식들이 하겠지만 한의사가 돼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입이 많습니까, 재미가 있습니까."

한의사들은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말한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안재규)와 한방산업벤처협회(회장 손영태)가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241명 가운데 187명(77.6%)은 한의원 경영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한의시장 정체(28.9%) △양방에 대한 상대적 경쟁 심화(26.1%)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대응 미비(25.2%) 등을 꼽았다.

한의원 경영난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황을 비교적 덜 탄다는 강남구에서만 지난해 74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53곳이 한의원 간판을 내렸다.

폐업한 곳 중 일부는 강남구에서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옮긴 사례도 있지만 한의원 경영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남구 한의사 이 모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보약을 주로 팔아 온 한의원이 더 힘들어 한다"며 "이름난 한의원들도 매출이 30% 정도씩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는 `서비스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환자들이 `더 좋은 시설, 깨끗한 한의원`으로 몰려면서 한의원들이 부담을 무릅쓰고 재투자하는 비용도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현대한의원 김헌식 원장(사진)은 "외환위기 이후 위축됐던 한방시장은 2000년 반짝 회복했다가 그 후 계속 감소세"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정체된 시장 규모 △급증한 한의사 △양방의 한의학에 대한 불신 조장 △현실과 동떨어진 보험급여 △경기침체 등을 경영난 이유로 꼽았다. 최근 몇 년간 한약재 소요량이 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바로 한방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방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평생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한의사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최고 웰빙 직업으로 한의사가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자 대학들도 정원을 늘려 한의사 배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97년 4016개였던 한의원 수가 지난해 말 8808개로 119.3%(4792개)나 증가했다. 매년 500개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에 1만4163개에서 2만2945개로 늘어난 병ㆍ의원(62.0%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크다.

한 한의사는 "한의학에 대한 일반 국민 관심이나 한약 소비가 예전만 못한데 한의대 졸업생만 늘리고 있다"며 "이러다 한의사 실업자가 양산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문 기자]

2007.09.01 02:03:4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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