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라이즈
[뉴하트 따라잡기] 下 드라마속 한약 위해성 논란
“한약이 간수치를 높인다” 대사가 화근…메디컬 드라마, 자문 신중성 요구
[2008-01-18 11:00:00]
MBC에서 방영중인 인기 메디컬드라마 뉴하트가 시청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로 인해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의학 용어 상식들을 바로 잡기 위해 데일리서프라이즈에서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기획기사로 [뉴하트 따라잡기]를 3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뉴하트 따라잡기] 上 드라마속 의학 옥의티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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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 따라잡기] 下 드라마속 한약 위해성 논란(1월 25일)
▲ 한의학을 폄하하는 대사로 구설수에 오른 뉴하트
MBC 드라마 ‘뉴하트’의 한약 안전성 논란이 결국 의료계와 한의계의 충돌로 번지고 말았다. 이미 몇몇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약이 간수치를 높인다, 아니다”를 놓고 누리꾼들의 치열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이같은 논쟁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한의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고의적으로 한의학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발끈하고 나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한의학 폄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3일 방영된 장면에서 비롯됐다. 당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한약을 복용하고 있던 다른 환자에게 “한약 몰래몰래 먹다가 간수치 확 올라가지고 죽다 살아난 사람 여럿 봤어”라고 호통치며 한약팩을 집어던진 장면이 화근이 된 것.
또 앞서 2일 방송분에서는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심장질환환자의 한약 복용이 간수치를 상승시켰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돼 논란의 시초를 제공했다. 게다가 MBC측이 한의계의 반발에 뒤늦게 사과를 준비하자 의료계가 “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MBC의 사과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며 뉴하트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그동안 한의계는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 감초의 스테로이드 성분 등 의료계가 꾸준히 제기해 온 부작용 논란으로 얼굴을 붉혀야 했다. 그런데 뉴하트에서 한약이 간수치를 높일 수 있어 위험하다는 대사가 방송되며 한의사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 의료계 일각에서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마황의 간독성이나 신장독성에 대해서 정확히 보고된 바가 없는데 왜 잘못된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미국 FDA에서도 마황에 대해 약물 이상반응 등을 조사했지만 “마황과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결론짓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간독성 문제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방송을 본 한의사들은 “한약이 간수치를 높인다는 것은 의사들이 퍼트린 낭설”이라고 주장하며 “아무런 근거없이 이런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한의학의 신용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들은 “작가가 대본을 쓸 당시 서울 삼성병원 등 의사들의 입장만 듣고 쓴 것으로 안다”며 “당시 의사에게 주입받은 교육을 아무런 여과 없이 흘려 보낸다면 시청자들은 한의학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알게 될 것 아니냐”며 뉴하트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또 재방송과 iMBC를 통해 방영되는 재방영 부분에서 문제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으나 iMBC가 삭제를 하지 않아, 개원한의사협회에서 신용훼손죄로 고소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반면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한약을 복용하고 간이 망가져서 오는 환자”라며 “뉴하트에서 지적한 것은 진실”이라며 제작진의 사과를 저지했다.
의료계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간질환자 10명 중 2명꼴로 한약을 복용했고 이들 중 절반가량이 항경련제를 복용하면서 한약을 함께 복용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를 담당했던 고려의대 소아과학교실 연구팀 관계자는 “간질 치료 중 한약 복용으로 인한 이상 증상에 따른 진료 경험은 없지만 간혹 한약의 특성상 간에 이상이 생길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의계는 “전문 한의사가 아닌 약재상에게 처방을 받는 경우, 간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전문 한의사는 진맥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작진의 사과를 저지한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에 대해 “한의사에게 사과한 문제를 의료계가 왈가왈부 하는 것은 주제넘는 행동”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한의사협회 김수범 부회장은 “의사들의 약 처방에서도 안전성에 대해 따져봐야 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약에 대해서만 지적했다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같은 의료인으로서 상대측을 폄하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의계는 방송국에서 1인 시위, MBC의 즉각 사과 등을 요구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같은 항의에 MBC는 결국 지난 9일 뉴하트 방송 중 자막을 통해 “지난 6회와 7회 방송분 중 한약이 간수치를 상승시킨다는 내용은 한의사의 처방없이 일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약재에 관한 것이며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안전한 한약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수술 전 약물의 오남용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었으며 시청자 여러분에게 한약 및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립니다”라는 공식 사과문을 내보냈다.
▲ 뉴하트 방송 이후 한의계와 의료계가 ‘한약의 간 손상’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메디컬 드라마, 자문 좀 더 신중해야...
그러나 한의계는 사과형식에 공식성이 결여됐다며 개원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뉴하트 제작진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 한의계는 “MBC가 문제가 된 장면을 재방송에서 삭제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비스인 iMBC를 통해 그대로 방송한 점”을 지적하며 고소의 배경을 밝혔다.
일부 시청자들은 메디컬 드라마에서 현실성을 살릴 수 있기 위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상황 아니냐며 뉴하트 제작진을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를 비롯한 의료계의 종사자들은 “뉴하트의 자문의 공정성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 관계자들이 의약계의 현실을 지나치게 왜곡해서 그리려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뉴하트에 드러난 의학계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회의 방송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라는 폐암치료제를 폄하하는 대사가 방송돼 MBC는 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개제했다.
이처럼 연일 쏟아지는 뉴하트 제작진의 사과문에 대해 일부에서는 “메디컬 드라마를 만들 때의 신중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의학계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제작진이 대사나 상황 설정에 있어 자극성을 쫓기보다 직업의 특수성상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또 한편에서는 의약계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제작진의 연출을 몇몇 이해관계에 얽힌 단체들이 드라마의 특수성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며 메디컬 드라마의 재미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특정 제품명을 거론하거나 한 직업단체를 비방하는 인식은 공중파 방송으로써 적당치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특수성과 전문성에 맞게 전문적인 자문 뿐 아니라, 의료계의 현실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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