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신문
“양의계의 한의학 비방 앉아서 당할 순 없다”
일선한의사 강력 대응 주문 … 한·양 갈등 불가피
[2008/01/11 오후 2:52:34]
양의계의 오래된 속성인 한의학 폄하가 연초부터 터져 나와 짧은 기간 지속된 한·양방 의료계의 화합과 상생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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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가 새해 벽두부터 反 한의학 서적인 ‘한방약은 효과 없다(다카하시 코세이 저 권오주 역 보건신문사 간)’라는 책을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한 데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민족의학인 한의학을 말살하려는 책동으로 규정하고 즉각 성명을 발표해 배포한 서적의 즉각 회수와 전 한의사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의협은 한의계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의학에 대한 양의계의 폄하는 비단 이것만 아니다. ‘한방약은 효과 없다’는 책과 함께 배포된 것으로 알려진 ‘미안하다 한의학, 보약이 있다구요! 그게 뭔데요!!(양의사 남복동 저)’, ‘한방약 부작용의 실상(유태우 편저)’라는 책도 한의학을 허구적인 의학으로 폄훼하면서 현행 이원적 의료제도를 일원해야 한다고 주장, 한의계를 자극했다.
이처럼 한의학에 대한 양의계의 공세는 양의사나 양의사단체가 독자적으로 하기도 하고 무자격자 혹은 유사의료업자를 부추겨 은밀하게 벌이기도 한다. 매체도 방송, 신문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이중에서도 방송에서의 폄하는 한의계에 가져다준 충격과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평가다. 얼마 전 방영된 MBC 의학드라마인 ‘뉴하트’에서 한약을 패대기친 사건은 한의계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지난 1월 3일 방영된 드라마에서 온몸에 문신을 한 인물이 한약을 복용한 동료 환자에게 “한약 몰래몰래 먹다가 간 수치 확 올라가지고 죽다 살아난 사람들 여럿 봤어!”라고 호통치며 한약팩을 집어던졌다. 봉변을 당한 그 동료환자는 어쩔 줄 몰라 주눅 든 표정으로 “몰랐어요, 몸에 좋다니까” 라며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장면을 본 한의사들은 “의사가 한약 먹지 말라고 하면 걸릴까봐 환자역이 나서서 캠페인 하는 것이다”, “비굴한 환자를 보고 본인 스스로가 비굴해지는 이미지가 꽉 박히는데 누가 한약을 먹으려 하겠느냐”, “작가, PD, 의사의 합작품이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한의사는 “이 정도 되면 갈 때까지 간 것이다, 이보다 더 심한 표현은 아마 없을 것”이라면서 “한의사는 밟아도 찍소리 안하니까 양의사들이 맘놓고 한의학을 폄하·유린하는 것”이라고 이번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연초부터 터진 일련의 사건이 국회에서, 방송에서 터지자 한의계는 성명서와 1인시위, 방송사 항의방문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한의협은 1월 3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의료일원화특위의 병적인 편협성은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철없는 떼쓰기이며 한약 처방과 침을 통제하려는 오만의 극치”라고 꼬집고 “치과 치료가 치과의사에게 맡겨지듯 의료행위로서의 한약 투약과 침 치료는 의료인인 한의사에 맡겨질 때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의료행위가 됨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에 대한 한의계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김수범 한의협 홍보담당 부회장이 방송국을 항의 방문했으며, 최방섭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장은 방송 다음날부터 MBC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전개하고 한의사를 폄하·모독한 MBC의 즉각 사과와 담당 PD의 파면을 요구했다.
한의계의 항의를 받은 MBC는 지난 9일 뉴하트 방송 중 자막을 통해 “지난 6회와 7회 방송분 중 한약이 간수치를 상승시킨다는 내용은 한의사의 처방 없이 일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약재에 관한 것이며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안전한 한약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수술 전 약물의 오남용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었으며 시청자 여러분에게 한약 및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보냈다.
그러나 사과형식에 공식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드라마의 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양의계, 특히 삼성의료원으로부터는 사과 한 마디 얻어내지 못했다. 국회 한의학 비방 책자 배포 사건에 대해서도 한의계는 일언반구의 사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MBC 드라마 뉴하트의 경우에는 특히 양의사가 한의학 비방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양의사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웠다는 미묘한 상황이 없지는 않다.
일선한의사들은 그러나 일련의 한의학 폄하사건이 “양의계의 전방위적 압박을 못 따라간 데서 발생했다”는 분석에 따라 양의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지난해 의료법 개악 반대와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반대 투쟁을 매개로 유지돼온 화해와 상생 대신 대립국면으로 급격히 이행될 것이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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