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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보고 병을 맞춘다? 형상의학의 비밀

우리들한의원 2007. 12. 13. 15:19

생김새 보고 병을 맞춘다? '형상의학'의 비밀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2-12 09:13 기사원문보기

퇴계이황 코가 길쭉한 사람은 대장이 길고 소화기능이 약해서 위경련, 소화장애, 설사 등이 생기기 쉽다. / ▲ 세종대왕 목이 굵고 코와 광대뼈(강골)가 큰 사람은 위가 크고 소화기능이 좋고 영양 흡수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배설기능은 약한 편이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음양오행과 수천년 임상통계에 근거

병의 진단뿐 아니라 예방에도 활용

현대의학서도 일부 상관관계 인정


한의계에서도 ‘서자(庶子)’ 취급을 받아오던 ‘형상의학 (形像醫學)’이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형상의학이란 말 그대로 ‘생긴 대로 병이 온다’는 것. 눈, 코, 입의 생김새나 색깔, 골격이나 키 등 형체(形體)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원인을 밝혀내고 또 앞으로 어떤 질병에 대처해야 하는지 진단하는 학문이 형상의학이다.

과거 관상학 같다는 이유로 한의사들조차 외면하던 형상의학은 약 15년쯤 전부터 한의사들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요즘은 대한형상의학회에서 개설한 3년짜리 강좌를 이수한 한의사만 1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대한형상의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초본디올홍제한의원 정행규 원장은 “주2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3년간 강의를 이수해야 학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학생도 아닌 개원 한의사들이 1400명이나 이수했다는 것 자체가 형상의학의 인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현재 형상의학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는 네트워크 한의원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침이나 추나요법 전문 한의원들까지 형상의학적 진료를 선전하고 있다.

형상의학이란 동의보감에 서술된 내용 중 ‘형상에 따른 질병’에 관한 내용만 추리고 보강해서 만든 것. 허준 선생은 중국의서 수백 권과 수천 건의 임상사례를 한데 모아 형상의학의 틀을 만들었으며, 20여 년 전 재야 한의학자 지산(芝山) 박인규 선생이 이를 통합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형상의학은 특히 현대의학으로 진단이 어려운, 복합적인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효과가 있어 인기다. 서울 서초구 고태정(39)씨는 “자주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고, 무릎이 아파 신경과, 안과, 정형외과를 모두 가봤지만 원인불명이라는 얘기만 들었는데 형상의학 전문 한의사가 ‘계란형 얼굴은 특히 혈행(血行)이 좋지않아 어지럼증, 무릎통증, 안구건조 등이 많이 생긴다.’며 혈행을 좋게 하는 약을 지어줬다.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은 뒤 세가지 증상들이 서서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형상의학은 기본적으로 ▲남녀노소, 담체(痰滯) 와 방광체(膀胱滯), 얼굴 생김새에 따라 구분하는 정기신혈(精氣神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형상, 신체의 생김새와 기능을 동물의 형상에 비유한 어조주갑(魚鳥走甲) ▲경락(經絡)과 기혈(氣血)의 발달에 따라 구분하는 육경형(六經形) 등으로 형상을 분류하여 그에 따라 질병을 서술하고 있다. 대한형상의학회 이사장 조성태 박사는 “숙련된 자동차 정비공은 정비센터로 들어오는 차의 외관만 봐도 속에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나타는 만들어질 때부터 소나타만의 고유한 결함이 있고 티코는 티코 만의 고유한 결함이 있다. 정비공은 소나타가 들어오는 순간 고유한 결함 중심으로 원인을 찾는다. 물론 자동차 주인이 차를 거칠게 몰거나 교통 사고가 났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함 우선순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숙련된 정비공이 차의 고유 결함과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차의 고장을 발견하고 고치듯 형상의학 전문 한의사도 사람의 형색을 살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김수범 박사는 “형상의학은 한의학의 여러 분야 중 임상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환자 만족도도 높아 형상의학을 표방하는 한의원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형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는 일부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치과의사는 치아의 교합과 얼굴 뼈의 모습이 전신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 의사는 양쪽 눈의 높이가 다르면 고개가 자연스레 기울어지므로 척추질환 등 근골격계 질환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얼굴과 인중의 길이를 보면 비염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있다. 경희대 치과병원 치아교정과 박영국 교수는 “얼굴 뼈의 모양과 다른 병과의 상관관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만큼 형상의학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형상의학은 기본적으로 통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정확한 현대의학적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