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스스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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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놓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이 55세의 나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말이다. 또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ASTD의 연차대회에서 확인된 주제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동안 불려왔던 ‘IT 황제’로부터 ‘자선사업 황제’로의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가 앞서가는 CEO였다는 점은, 사회기부라도 다 때가 있음을 제대로 알아차렸다는 데서 확인된다. 사람에 대해 배우고, 사회에 대해 배우고, 부하직원에 대해 배우는 CEO만이 사회기부의 용처와 시기를 제대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마지못해 욕먹으며 응하는 사회적 환원은 결코 자긍심을 보장받는 사회환원이 되기 어렵다. 많은 CEO가 지금 이 시대 변화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스스로 그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서가는 변화를 자기 것으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해 배우고, CEO의 능력에 대해 새롭게 배워야 한다.
배움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낮추어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마음가짐과 ‘항상 그 자리에서 본질을 생각하는 거경궁리(居敬窮理)’의 자세가 바로 배우는 자세이다.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부사장이나 상무에게 물어야 할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바른 대답을 바란다는 것은, 개구리에게 염불을 외우라고 하는 것보다 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저 쉬는 그 어느 날 길거리에 나서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묻거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공손하게 물어보기만 해도 그들이 자기가 현재 하는 일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를 진솔하게 대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공자처럼, 불치하문만 하면 답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공자 스스로 구멍 아홉 있는 구슬에 실을 꿰려고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다가, 문득 바느질을 하는 아낙네에게 그 방법을 물어보고서야 구슬에 실을 꿸 수 있었다’는 ‘공자천주(孔子穿珠)’에서 알 수 있듯이, 공자는 배우는 일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하지 않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질문을 통해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지 좋다’는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하는 배움의 자세가 오늘의 CEO에게도 여전히 옳다.
또한, 퇴계(退溪)와 율곡(栗谷)의 문답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내면의 세계를 분별하고, 그 본질을 골똘히 생각하여 외면의 세계를 파악하는 수양법인 ‘거경궁리’도 필요하다. 그저 밥을 먹을 때는 밥 먹는 생각만 하고, 걸을 때는 걷는 데 집중하고, 책을 읽을 때는 책 읽는 데 푹 빠지면 된다. 번 돈을 사회에 기부하려면, 그것의 정치적 용처에는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저 ‘봉사하는 마음’, 그것으로 하면 될 일이다. 칙센트미하이가 이야기하는 몰입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삼매(三昧)가 사회기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사회환원에도 삼매의 정신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주일무적(主一無適)하여, 사회봉사에 마음을 집중함으로써 잡념을 버리고 어느 한 곳에 푹 빠지는 경지, 마치 궁사들이 활을 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살이 쏴지는 그런 경험의 축적으로 사회를 위해 환원玖?그 언제라도 칭송받을 일만 남게 된다.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CEO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의 독창적이고 창의적 사고를 조직의 성과와 연계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CEO 스스로 배워야 한다.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말하면, CEO일수록 훈련은 적고, 말은 제일 많다. 초임직원일수록 연간 100여 시간 이상 직무훈련을 받고 최신기법을 익히는데 반해, CEO일수록 연간 10여 시간 정도의 훈련체험도 없는 형편이다.
평생 배움의 시대에 생존·성장·발전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라면, 모두가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항상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남들과 다르게 먼저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회사가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기업경영과 그것에 따른 관행적인 조직문화를 새롭게 바꾸는 기업인이 먼저 배우는 기업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들이 지켜온 전통을 적으로, 그들이 그동안 의지해 온 조직문화의 관행을 적으로 간주하고 새롭게 바꾸는 사람들이 앞서 배우는 기업인들이다. 그래서 ‘전통적’이라는 말을 전통을 지키라는 말이 아닌 전통을 적으로 간주하라는 말로, ‘관행적’이라는 말을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라는 말이 아닌 그것을 적으로 여기라는 말로 해석하는 기업인이야말로 새롭게 배우는 용기 있는 기업인이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인재개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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