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보완·대체의학, 의료계 "한의학 빠져!"
2008년 03월 17일 (월) 08:55 메디컬투데이 ,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일부 대학에서는 보완요법 센터를 세우는가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는 의협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대체의학 중 일부를 주제로 학술강연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심들이 의협 단독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대체·보완의학과 상당부분 유사성을 가지거나 받아들이기에 훨씬 유리한 한의학과의 접점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 의료계, 보완·대체의학에 관심? 최근 보완·대체의학을 의료계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2006년 열린 의협 31차 학술대회. 당시 학술대회를 계기로 '보완요법 및 치료보조제 처방근거확립사업'이 의협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32차 종합 학술대회에서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말기 암환자에 대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 한 바 있으며 오는 5월 열리는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다시 한번 암을 주제로 한 보완대체의학 관련 학술 발표가 예정돼 있다. 보완대체의학을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2월14일 고려대학교안암병원은 통합의학센터를 개소, 영양치료, 명상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요가, 태극권 등을 병원 내에서 시행하고 있다. 통합의학센터 김형규 센터장은 "보편화 된 서비스 외에 조금 더 잘해주자는 개념"이라며 "병원측은 돈이 안된다고 싫어할지 몰라도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며 통합의학센터의 의의를 설명한다. ◇ 주목의 이유는 '시장성'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의협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97년 조사에 따르면 보완요법을 사용한 일반인이 42%, 보완요법을 위해 지출된 액수가 270억 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지금도 성장 중이다. 영국은 1998년 조사에서 일반인 28.3%가 보완요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독일은 2004년 연구에서 남성의 54%, 여성의 70%가 보완요법 사용경험이 있는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또한 일본은 2002년 연구에서 일본인 전체 76%가 보완요법을 1년에 적어도 1회 이상 이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일반 병·의원의 1년간 이용률 65.6%보다 더 높은 비율이었다. 또 2003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대상 조사연구에서 응답자의 18%만이 보완요법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보완요법을 이용한 의사들에서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현재는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시행해보고 싶다는 비율이 71%로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들의 시장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통합의학센터 김형규 센터장은 보완의학에 대해 "현대의학에서 못하는 것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며 치료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정의하며 "안전하지 않으면 보완의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의사가 음악치료 시장을 장악하기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누구것일수는 없다며 단지 보조적인 서비스일 뿐 "수익이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보완·대체의학 연구, '한의학계는 사절'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한의학과의 접목은 배제돼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의료계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을 안전한 시행을 위해 의료계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분당제생병원 백현욱 소화기내과 과장은 "국내외 상황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보완요법 관련 시장은 팽창할 것이며, 정부도 이에 대한 제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의료계는 넓은 의미의 의학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보완요법의 교육과 보급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 역시 "보완의학이나 대체의학에 타당성이 있을 것 같은 것들을 제도권으로 검증하고 체계를 밟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측은 한의학을 대신해서 대체의학을 흡수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의협 김수범 부회장은 "의사들에게는 (의료계에서 말하는)의학 이외에는 다 대체의학 아니냐"며 "한방을 대체의학을 통해 흡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 한의학계 함께? 당장은 어려울듯 대체의학 전문가들은 의학과 한의학 전문가들과 손을 잡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당장 이같은 모습이 현실화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2월23일 의협 주최로 열린 ‘한국 보완요법의 미래와 우리의 할 일’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한의학 관계자들이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도 말하기도 했다. 또 이날 참가한 동의사(한국의 한의사)로 북한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민중의술살리기 부산경남연합 강유 회장 역시 "의학과 한의학을 나누어놓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가 당장 의사와 한의사의 대표단체인 의협과 한의협 양측에서의 적극적인 논의로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각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첨예한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검증돼지 않은 물질이나 성분에 대해 밝혀내기 위해 대체의학을 검증하는 등 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를 함께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실제로 최근 대한의학회와 대한한의학회간의 교류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교류 논의가 이뤄지는 등 일각에서는 의료일원화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 섞인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건상 회장은 "이같은 교류에 대해 의협이나 한의협의 입장과는 다르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회합은 각자의 단체의 입장이 있으므로 각 협회간의 통합 논의로 보기는 어렵고 단지 각 학회간의 자유로운 교류일 뿐이라는 얘기다.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windfly@md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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